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가 주중에 펼쳐지면서 상위권 팀들의 스쿼드 운용 및 체력안배가 하나의 변수로 작용했던 28라운드였습니다. 여전히 강등권 탈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고, 시즌 막바지에 이르면서 '목표를 상실'한 팀들이 취하는 전략이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되는 시점입니다. 28라운드 결과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라운드에는 무승부가 한경기도 없었는데 이번 라운드에서는 다시 50%가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또한 클럽대항전을 치른 팀들이 모두 전력의 우위를 점하고서도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아스날을 상대로 기분좋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세비야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했고, 비야레알도 히혼을 홈으로 불러들였지만 아쉽게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독일 원정길에서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발렌시아는 사라고사에게 무려 4골을 허용하며 다소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레반테와 마요르카는 무승부 가능성이 다분한 경기였고, 헤타페와 빌바오도 양팀의 전력과 홈/원정의 격차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AT마드리드가 비록 원정이긴 하지만 알메리아에게 승리하지 못한 것이 다소 어리둥절한 상황입니다. 벌써부터 다음 라운드 상대인 레알 마드리드를 의식하진 않았을텐데요.
2000년대 들어서 유럽 프로축구에서 '승부조작'이라는 말이 간간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비단 유럽클럽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대항전에서도 종종 그런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례가 빈번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경기를 '승부조작'의 관점에 치중해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일 것입니다. 다만 '동기부여'의 차이에서 오는 '암묵적 합의'는 분명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한 팀의 전략과 전술이 분명할 때, 이를 상대하는 팀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양팀의 의도 자체가 명확하게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경기의 결과를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보다 둥근 공의 '불확실성'에 있겠지만, 그러한 '선택적 전략'의 심리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에스파뇰의 행보
에스파뇰은 26라운드와 27라운드에서 연패를 당했는데요, 상대는 마요르카와 레반테였습니다. 이 두 경기는 경기결과도 경기 결과지만, 경기 전 해외배당의 흐름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났던 경기들이었습니다. 배당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났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경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외부의 새로운 변수가 드러났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데요. 이를테면 한 팀의 선수가 부상을 당했거나, 지나치게 배터들이 원사이드로 몰리는 경우가 그 한 예일 것입니다. 경기의 결과를 알 수 없는 베팅회사의 입장에서도 회사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라운드에 앞서서도 전날 배당 변화가 평소보다 심하게 일어났습니다. 경기 외적인 어떤 변수들이 요즘 에스파뇰의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 두경기에서 모두 패하면서 일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았던 에스파뇰은 이번 라운드에서 완벽하게 승리하며 그러한 시각을 잠재웠습니다. 하지만 에스파뇰이 클럽대항전 진출권을 따내는데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목표가 상실'된 남은 라운드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헤타페, 벌써부터 강등걱정?
지난시즌 선전했던 헤타페는 올시즌 팬들과 축구 관계자들을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팀으로 변모했습니다. 이겨야 할 경기에서는 이기지 못하고, 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경기에서는 선전하는 등 시장의 기대와 가장 동떨어진 방향을 향해 왔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죠.
빌바오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편이지만, 최근엔 클럽대항전 진출권을 따내기 위한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팀입니다. 헤타페에게 어떤 동기 부여가 없다면, 아무리 홈이라지만 승점쌓기에 심혈을 기울일 빌바오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양팀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빌바오가 끝나기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하며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양팀 모두 승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경기였고, 경기 중 내리던 새찬 빗줄기가 선수들을 더욱더 자극했던 모양인지, 상당히 과열 양상이었습니다.
무엇이 헤타페를 그토록 열심히 뛰게 만들었을까요. 아직 강등권으로부터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고, 지금까지 종종 홈에서 무성의한 플레이를 펼쳤던 걸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입니다. 아마도 향후 일정에 대한 부담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헤타페는 대부분 강팀들과의 라운드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강등권과 10여점차의 거리는 몇몇 라운드에서 승점을 따내지 못할 경우 손쉽게 좁혀질 수 있는 사정거리라고 판단하게 된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확실한 경기에서 승점을 따놔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홈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다소 모험으로 한번더 쉬어갈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들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헤타페 선수들은 좀더 발빠르게 뛰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레알 소시에다드, 동기상실 or 체력고갈?
이번 라운드에서 역배당 결과가 나온 매치업은 두 경기인데요, 하나는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후유증에 시달린 발렌시아가패배한 경기이고, 다른 한 경기는 바로 레알소시에다드와 말라가의 경기입니다. 최하위에 쳐져 있는 말라가의 순위가 말해주듯이 이적시장의 대폭적인 물갈이에도 불구하고, 말라가의 현재 전력은 그렇게 미덥지 못한 상황입니다. 홈에서도 그다지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현재 강등후보 0순위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반면 소시에다드는 원정경기에서는 다소 소홀한 면이 있지만 홈에서는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꽤나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주면서 승격팀으로는 이례적으로 중상위권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두번의 홈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는데요, 상대가 레반테와 말라가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결과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레반테와의 경기에서 동점 상황에서 승리에 대한 큰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말라가 전 역시 그러한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라가의 2:0 승리로 끝났는데요, 말라가는 다시 강등권 경쟁을 혼전 상황으로 빠뜨려 놓았습니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이러한 행보가 넉넉하게 승점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동기 상실'의 결과인지, 얕은 스쿼드뎁쓰의 한계에서 오는 체력 고갈의 결과인지, 아직 분명치는 않지만, 경계해야 할 팀임 것만은 분명합니다.
주중에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가 펼쳐진 후 다시 주말에 29라운드에 돌입합니다. 29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앞서 언급된 팀들의 행보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